TV나 유명 인터넷 블로거를 보면 웬지 하는일이 엄청나 보이기도하고 규모가 큰 것 같아 자질구레하고 허드렛일로 치부되는 시스템 개발자의 경우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수 있다.  필자도 시스템 개발자로 시작해서 아직까지 시스템 개발자로 살고 있지만, 지금껏 똑같이 느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조금 달라진 느낌이 있다. 시장에 시스템 개발자가 없어졌다. 대부분 웹이나 앱과 관련된 서버나 서비스군의 프론트엔드와 백앤드 개발자가 넘쳐나고 있다. 물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사용(?)되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시스템 개발자로 살면서 느끼는 부분중 가장 힘들게 하는 부분은 대립이다. 특히나 하드웨어와 시스템 개발자들은 항상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그런데 하드웨어 담당 또는 관리자의 파워가 더 높고, 소프트웨어 개발자 또는 관리자의 파워가 낮은 경우 하드웨어가 개판으로 나와도 소프트웨어가 땜빵을 해야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그 반대의 경우 소프트웨어적 편의에 따라 하드웨어가 개발되어진다. 물론 이러한 두 경우는 양보와 배려에서 어느정도 타협점을 잡을 수 있지만 두 집단은 그럴 생각이 없다. 이유는 그래서 잘못되었을 때 누가 책임을 지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필자는 이러한 책임에 대한 부분을 현 회사에서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책임의 소재를 두고 싸우는 두 집단의 문제도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이유는 대기업에나 그러한 책임소재로 인해서 진급이나 연봉에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매출액 1천억도 안되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필자로서는 그런 부분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중견도 아니고 중소기업주제에 무슨 부서별 책임 소재를 다루는지 말이다. 쉽게 말해서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시스템이든 잘못된 방향으로 개발이 되었다면 개발의 부분은 연구소장이 최종 책임을 지게 되고, 영업적으로는 대표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임원들은 회의만 들어가면 서로 놀리고 까내리기 바쁘다고 한다. 정작 가장 일을 개판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사람들이 말이다. 게다가 임원들이나 되어서 아랫직원들한테 책임을 떠 넘기는게 말이나 되냐는 거다. 능력도 없는데 대표 인맥으로 자리 꿰차고 앉았으면 최소한 믿고 불러준 대표에게 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필자가 다니는 회사는 중소기업이다. 매출 100억도 안된다. 기존에 다니던 곳 보다 개발자의 역량이 덜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고객과 맟다은 영역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나 펌웨어 개발자는 끌려다닐 수 밖에 없으므로 힘들수는 있는데 그 이외의 개발자들은 단순히 묵묵히 자기 일만 하면된다. 물론, 다른일을 시키기도 하지만 최대한 하지 않아야 한다. 이유는 앞서 말한 책임이다. 이런 작은 회사에서 책임소재를 개발자한테 돌린다니 이런건 말도안되는 현상이며, 계약시 본인의 업무 이외의 일을 처리시키거나(아무도 나서지 않는경우)하는 경우 일만 가중되고, 시간은 모자라는데 결과는 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해서 결과적으로 그리 큰 베네핏이 돌아오지 않기에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회피하기 위해서 줄(?)을 대거나 자르지 않는다는 맹점을 이용하여 병신(?)짓, 예를들면 특정 임원의 따까리.. 또는 감시자 역할을 자처하여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임원에게 보고한다. 그러면 그 임원은 그 정보를 이용하여 퇴사를 유도시킨다던지 또는 사람을 병신으로 만들어 놓아서 스스로 나가게 끔 만들 수 있다. 

     

    말이 많이 돌아왔는데... 필자도 그러한 이야기를 몇번인가 들었다. 물론, 필자가 한번도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를 말이다. 예를들면 주기적으로 어떤것(임금이나 업무회피등)을 위해서 "그만둔다."고 했다거나 하는것 말이다. 조금 억울한게 필자는 그만둔다고 한 적도 없고, 그만둔다의 말의 무게를 알기 때문에 입을 내 뱉었을 때에는 최대한 빠른 처리를 위해 바로 사표를 던진다. 지난번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다. 고민은 짧을 수록 좋고, 미래도 빨리 맞이하는게 좋으니까 말이다. 그랬더니 난리가 났다. 2일동안 면담만 했다. 퇴사 날자도 연구소장에게 확정을 받아서 이직할 회사와도 이미 협의가 완료된 상태인데 날자를 연기해 달라고 한다. 사람을 어케든 구할테니 인수인계 직접해달라고...

     

      착각은 자유지만 본 게시물 제목처럼 이미 BSP개발자는 멸종했다. 아직 있긴 하지만 대부분 높은 연봉과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다니게 되었다. 이유인즉 안드로이드의 개발의 몰락으로 많은 개발자들이 시장이 방출되어서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던 6-7년전과는 다르게 그 영향으로 BSP 개발자는 사라지고 앱과 서버 개발자만 엄청나게 증가했다. 그리고 AI의 강세로 대부분의 기존 주니어 개발자들이 급여 높고 근무 자율성이 좋은 AI 개발진영으로 트랜스포메이션 되었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BSP의 개발자는 사라지게 되고, 현재 필자의 회사처럼 재미없는 단순 작업성 시스템 개발자는 미래가 불투명 해졌기에 더더욱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스템/BSP 개발자라고 해서 다들 이런 허드렛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도 전 직장에서 물론, BSP는 아니고 시스템 개발자였지만.. 미사일, 전차, 탱크, 헬기, 항공기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 인발브되어 시스템개발을 진행했고, 그럭저럭 성과를 냈다. 물론 대기업 오퍼도 받고(지방...)했지만 가진 않았고, 경기 서울에서 근무하고자 이력서를 유관업체에 내봤는데 대부분 서류컷... 나이 많고.. 영어점수 없고... 아 10년만 젊었어도.. 뭐 어쨋든.. 

     

    현재는 시스템 개발자가 부족한 시기라는걸 이야기 하고 싶다. 시스템 개발자만 부족한게 아니라 개발자 자체가 부족하다. 그만큼 진입했을때 대우를 받을 수도 있지만, 도움을 받을 곳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은 어쩔수 없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많은 독자들이 시스템 개발자에 지원했으면 한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몸값은 더 뛸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시스템 개발자는 오래갈 수 있는 포지션이다. 물론 본인이 잘했을 경우에만 해당하지만...

     

     

    3년 2개월간 괴롭기도 했고 재미있기도 했으니... 어쨋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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